아직 12월은 오지 않았고 11월도 며칠 남았으니 2019년을 되돌아본다는 건 좀 이른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같은 오후,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책도 글도 귀찮은 날에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 않다.
2019년, 우리 나이로 58의 한 해는 몇 가지 점에서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해인 듯 하다. 물론 한 해가
지날 무렵 되돌아보면 매 년은 나름 의미가 있었고 따라서 인생의 어떤 의미로 남는 한 해였을 것이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최근 들어 자꾸 떠날 때를 떠올리는 탓이 아닌가 싶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의 절반 정도를 다 살지 못해 아마 나는 이 세상 여행을 끝내게 될 것이다. 33년을 함께 해온
아내도 마찬가지고. 그 전에 앞으로 4~5년이면 내가 태어난 뿌리인 어머니도 내 앞에 먼저 떠나실 것이
거의 분명해보이고.. 그 끝을 바라보는 마음이 자꾸 자족하라는 말을 내게 던지는 것을 느낀다. 자족과
자유. 남은 세월 그렇게 살자. 어느 시인의 말처럼 시시껄렁하게 마저 살다 떠나자. 그런 마음.
작년 봄 이도저도 할 도리는 없고 아직까지 감당해야할 의무는 단단해서 택시 운전을 시작했었다. 고된
시간이었고 뒷꿈치에 조금 붙어있는 삶의 자존심 찌꺼기를 탈탈 털어버릴 수 있는 경험이었다. 나도 몸으로
부딪혀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경험이었고, 생각 밖으로 세상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다. 한 겹은 그렇게 택시를 몰며 벗겨냈다. 물론 그 전에도 여러 겹 벗겨냈지만.. 보험쟁이,
개인회생 신청 등등. 하지만 그때는 끝을 바라보지 않았기에 더 힘들었고 막막했던 것 같다. 14개월 택시를
몰다 갑자기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된지 6개월이 다 돼간다. 그 사이 큰 아이는 독립을 했고 어머니는 급격히
약해지셨다. 개인회생이 5년이 끝났고 감당해야 할 돈의 규모도 좀 작아졌다. 곧 더 작아질 예정이다.
좀 숨쉬고 살 만한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 즈음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 다시 읽기를 시작한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여유로 인한 의도인지는 모른다.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욕심없이 편하게 살자.'라는 대답을 낳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설계가 조금씩 마음 속에 쌓이고 있다. 가능하리라 본다. 다음에 그 이야기를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