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손상

취몽인 2019. 12. 6. 14:19



손상

 

 출근길. 안양천길을 달리다 그의 이름을 생각했다. 생각나지 않았다. 자꾸 에드먼드 후설이란 이름만 맴돌았다. 그래 4+2는 맞는데 이름이 뭐더라. 지그문트.. 가 나 다 라..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척교를 지날 무렵 앞을 후다닥 스쳐가는 까마귀를 좇다 퍽! 생각이 났다. 레이몬드 카바! 그 이름이 왜 그렇게 생각나지 않았을까. 카바 카바 두 번 머리에 새기고 바흐를 듣는 사이 차는 화곡동 근처까지 왔다. 소설가 김영하의 글을 보다 또 생각이 났다. 그의 이름. 이십 분전에 겨우 찾아 머리에 새긴 이름. 에드먼드 후설이 아닌 그 이름. 어떻게 그새 또 생각이 떠오르고 그새 또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가양대교를 건너며 머리를 주억여도 또다시 4+2의 늪만 깊어갔다. 옆을 지나가는 버스 옆구리에 붙은 광고. 현대카드. 카드. 카. 카바. 그래 레이몬드 카바. 신호에 걸리자 바로 메모한다. 레이몬드 카바. 이 사람 도대체 뭐지? 왜 자꾸 이름 없이 나타나 나를 괴롭히지? 왜지? 나는 또 왜이렇지? 이름 하나를 못외우지? 이게 말이되나? 레이몬드 카바, 당신 내게 뭔 짓을 한거지?

 

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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