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저녁
일곱 시에
겨울 파주를 나서면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두 시간
강이 더 이상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곳
산의 발치에 닿을 즈음이면
저녁은 벌써 떠나고 없다
부은 발을 씻고
시래기 풀린 청국장 한 술로
하루의 거친 속을 채우면
어느새 밤은 깊을 터
다행히 오늘은
이 밤을 새워 오다만 눈이
다시 온다는 소식
텅 빈 자유로에
밤을 치받은 호암에
아마 저 혼자 내릴 것이지만
지친 불을 끄고 나가자
컴컴한 눈으로 기다리는 저 길을
내 것 아닌 저녁을
또 한 번 가보자
1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