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길 위의 저녁

취몽인 2019. 12. 4. 10:49



길 위의 저녁



일곱 시에

겨울 파주를 나서면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두 시간

강이 더 이상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곳

산의 발치에 닿을 즈음이면

저녁은 벌써 떠나고 없다

부은 발을 씻고

시래기 풀린 청국장 한 술로

하루의 거친 속을 채우면

어느새 밤은 깊을 터

다행히 오늘은

이 밤을 새워 오다만 눈이

다시 온다는 소식

텅 빈 자유로에

밤을 치받은 호암에

아마 저 혼자 내릴 것이지만

지친 불을 끄고 나가자

컴컴한 눈으로 기다리는 저 길을

내 것 아닌 저녁을

또 한 번 가보자



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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