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
하루가 쉴 새 없이 드나든 껍질 하나
자정이 넘어서야 문을 닫는다
반질하게 닳은 내피(內皮)는 그제서야 한 모금으로
가장 깊은 상처를 적신다
빈 곳으로 감겨오는 덩쿨들
이 악물고 고개 흔들어 떨치면
꼬리를 물고 기어오르는 또 다른 머리
바늘 박힌 덩쿨손이 사방에 꽂힌다
지나가기 위해 기다리는 내일의 아우성으로
죽은 열대어가 신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저들은 누구입니까
연신 태어나는 시간을 피해 눈을 감는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을 향한 시선
푸른 안개가 피어오르고 별 몇 점 아득하다
그 끝에서 뒷짐지고 바라보는 나무 한 그루
지나간 것들의 곁눈질만 잔뜩 모여
눈도 없고 귀도 없이
멈춰 영근 바람만 몇 점 달고 있다
그 밤에 나는 나를 피해
미간(眉間) 깊은 곳에 오랫 동안 숨어 있었다
2013. 9. 25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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