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내가 사는 곳

취몽인 2019. 12. 25. 11:21

 

 


내가 사는 곳 


 


하루가 쉴 새 없이 드나든 껍질 하나

자정이 넘어서야 문을 닫는다

반질하게 닳은 내피(內皮)는 그제서야 한 모금으로

가장 깊은 상처를 적신다 


빈 곳으로 감겨오는 덩쿨들

이 악물고 고개 흔들어 떨치면

꼬리를 물고 기어오르는 또 다른 머리

바늘 박힌 덩쿨손이 사방에 꽂힌다

지나가기 위해 기다리는 내일의 아우성으로

죽은 열대어가 신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저들은 누구입니까 


연신 태어나는 시간을 피해 눈을 감는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을 향한 시선

푸른 안개가 피어오르고 별 몇 점 아득하다

그 끝에서 뒷짐지고 바라보는 나무 한 그루

지나간 것들의 곁눈질만 잔뜩 모여

눈도 없고 귀도 없이

멈춰 영근 바람만 몇 점 달고 있다 


그 밤에 나는 나를 피해 

미간(眉間) 깊은 곳에 오랫 동안 숨어 있었다

 


2013. 9. 25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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