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을 다 읽으면
늘 잠깐 고민한다.
머리맡 책꽂이에 뒀다 곧 다시 읽을까
아니면 베란다 책꽃이
시집들의 무덤에 모셔둘까
대부분의 경우 머리맡에 둔다.
하지만 곧 다시 읽지는 못하고
몇 달 후 차례차례 쌓인 몇 권의 동료들과 함께
베란다로 이장된다.
그들은 몇 달 또는 몇 년 사이에 개장되어
다시 머리맡으로 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 곳에서 늙어간다.
새로운 시집은 쉴 새없이 찾아오고
나는 늘 그들에게 떠밀린다.
어느 시인의 시집을 한 데 미뤄둘 자격이 내겐 없다.
그래서 시집 한 권을 덮을 땐
늘 미안하다.
시인에게..
그리고 아래와 같은
詩에게
----------------------------
저곳
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空中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이야기舍廊 > 詩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김언 (0) | 2020.01.02 |
---|---|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윤제림 (0) | 2020.01.02 |
원룸속의 시인들/이병철 (0) | 2019.12.11 |
떠도는 몸들/조정권 (0) | 2019.12.11 |
마르지 않는 티셔츠를 입고 / 김이듬 (0) | 2019.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