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 박형준

취몽인 2019. 12. 11. 17:08

 

시집 한 권을 다 읽으면

늘 잠깐 고민한다.

머리맡 책꽂이에 뒀다 곧 다시 읽을까

아니면 베란다 책꽃이

시집들의 무덤에 모셔둘까

대부분의 경우 머리맡에 둔다.

하지만 곧 다시 읽지는 못하고

몇 달 후 차례차례 쌓인 몇 권의 동료들과 함께

베란다로 이장된다.

그들은 몇 달 또는 몇 년 사이에 개장되어

다시 머리맡으로 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 곳에서 늙어간다.

새로운 시집은 쉴 새없이 찾아오고

나는 늘 그들에게 떠밀린다.

어느 시인의 시집을 한 데 미뤄둘 자격이 내겐 없다.

그래서 시집 한 권을 덮을 땐

늘 미안하다.

시인에게..

그리고 아래와 같은

詩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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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

 

 

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空中이라는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