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김언

취몽인 2020. 1. 2. 14:04

 

거의 두 달에 걸쳐 이 책 한 권을 읽었다.

 

때론 길고 어려운 산문시를 읽듯이,

젊은 시인과 시들에 대한 평론을 읽듯이,

시론을 읽듯이,

에세이를 읽듯이 오래 걸려 읽었다.

 

너무 오래 읽어 내용은 오히려 기억에 없다.

그저, 詩? 너무 쉽게 보지마라. 하는 목소리만 남았다.

 

우연히 이 책을 포함해 동시기에 읽은 두 책의 말미에

평론가 김현선생의 글이 실렸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너와 달라야 하고, 나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너와 같아야 한다. 나는 너와 같이 싸우고 사랑하지만 네가 아니고, 너는 나와 같이 싸우고 사랑하지만 내가 아니다. 너와 나는, 무서운 일이지만, 흔적들이다. 욕망만이 웃는다. 불쌍한 개인성이여, 너는 네가 너를 강력하게 주장할 때, 네가 아니다.'

 

서럽고 외롭고 아픈 말이다.

 

시인은 또 이런 말도 했다.

 

'詩:

서비스 정신이 가장 부족한 장르.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맛을 보고 알아서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혼을 빼앗기든 아무튼 알아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장르. 그러니 온갖 서비스가 난무하고 온갖 서비스가 우위를 점하는 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은 장르. 어울리기도 힘들고 어울리기를 바라지도 않는 장르. 어울리려고 노력해봤자 그 또한 알아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형식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장르. 어찌 해도 안 되는 반서비스 장르.'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내가 詩와 친해지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었구나!

 

마지막에 정재학시인에게 쓴 한 마디는 이 순간 여기를 지나는 모든 시인들에게 보내는 인사처럼 들린다. 3류도 시인은 시인이므로 내게도 보내는..

 

'삶의 어느 대목에서도 외로운 장면이 끼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시 없이도 잘살거나 이미 죽은 목숨일 겁니다. 외롭게, 외롭게 다시 만나서 술잔을 기울입시다.

 

외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