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 저문다.
밤을 새우며 택시 몰던 5개월,
느닷없이 다시 오게된 파주 7개월.
모두 길 위의 시간들이었다.
어딘가를 향하고 있으면서도
늘 어디로 가게 될까? 계속 갈 수 있을까?
길 너머를 두려워했던 시간들.
언제나 돌부리는 마음 속에 있었고
넘어져 피흘리는 건 아내의 몫이었는데
도무지 무뎌지지 않는 모서리는
언제쯤이나 깎여나갈런지.
이룰 수 없는 것이니
이루려는 생각마저 버리자 자주 생각했는데
깨어보면 늘 그 자리였던 집요한 어리석음은
해 지나면 늙어 기력이라도 쇠할까?
동짓날 긴 밤이 지나고 아직도 밤같은 아침
출근 길에 달 몇 개 떠있다.
멈추라는 빨간 달
그래도 간다는 노란 달
구경하는 달
반사된 달
나이 먹어도 천지 분간 못하는 인간의 눈에
컴컴하게 저무는 달마저 모호하다
1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