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저무는 달

취몽인 2019. 12. 23. 16:35

 

또 한 해 저문다.

밤을 새우며 택시 몰던 5개월,

느닷없이 다시 오게된 파주 7개월.

모두 길 위의 시간들이었다.

어딘가를 향하고 있으면서도

늘 어디로 가게 될까? 계속 갈 수 있을까?

길 너머를 두려워했던 시간들.

언제나 돌부리는 마음 속에 있었고

넘어져 피흘리는 건 아내의 몫이었는데

도무지 무뎌지지 않는 모서리는

언제쯤이나 깎여나갈런지.

이룰 수 없는 것이니

이루려는 생각마저 버리자 자주 생각했는데

깨어보면 늘 그 자리였던 집요한 어리석음은

해 지나면 늙어 기력이라도 쇠할까?

동짓날 긴 밤이 지나고 아직도 밤같은 아침

출근 길에 달 몇 개 떠있다.

멈추라는 빨간 달

그래도 간다는 노란 달

구경하는 달

반사된 달

나이 먹어도 천지 분간 못하는 인간의 눈에

컴컴하게 저무는 달마저 모호하다

 

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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