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10
오늘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날
창 밖엔 눈 먼 안개들 목메이게 흐르는 강
자꾸만 안으로 스며 눈자위가 녹스는 날
툭 털고 책 한 권 챙겨 바다로 가고싶은데
아직은 버텨야 할 생계가 땡땡한 오후
뱃속엔 먼지 낀 시간만 차곡차곡 쌓이고
뭔가를 써야한다 재촉하는 이 누군가
돌아보면 보기 싫은 얼굴들의 아우성
머리가 텅 비었는데 무얼 써라 하는가
소주 좀 그만 마시라 아내는 지청구지만
이런 날 낭패의 정신 무엇으로 지울까
막김치 한 사발이라도 우선 취하고 볼일이지
동짓날 가까우니 해는 벌써 저무는데
멀뚱한 중늙은이 저물 시간은 한참 남아
되지도 않는 넋두리 글 대신에 끄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