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아이들링

취몽인 2020. 1. 4. 07:58

토요일 이른 아침

차가 안막히는 날이니 늦게 가도 되지만

눈 뜨자 씻고 나섰다

서늘한 안양천변을 달려

직원을 태우기로 한 발산에 도착하니

40분이나 이르다

차를 세우고

라디오의 볼륨을 좀 더 높이고

어제 읽다 접어둔 책을 읽는다

이런 시간이 좋다

드문드문 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게 아무 관심도 없고

나 또한 그렇고

차 안 좁지만 안락한 공간과

텅 빈 몇 십 분의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다

뜨거운 커피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밤새 반쯤 언 생수 반 병도 나쁘지 않다

긴 주말의 출근

라디오에서 나오는 트럼펫 연주와

조금은 재수없는 시조문예지 몇 쪽

그리고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을 버무려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빚는다.

 

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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