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아침
차가 안막히는 날이니 늦게 가도 되지만
눈 뜨자 씻고 나섰다
서늘한 안양천변을 달려
직원을 태우기로 한 발산에 도착하니
40분이나 이르다
차를 세우고
라디오의 볼륨을 좀 더 높이고
어제 읽다 접어둔 책을 읽는다
이런 시간이 좋다
드문드문 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게 아무 관심도 없고
나 또한 그렇고
차 안 좁지만 안락한 공간과
텅 빈 몇 십 분의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다
뜨거운 커피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밤새 반쯤 언 생수 반 병도 나쁘지 않다
긴 주말의 출근
라디오에서 나오는 트럼펫 연주와
조금은 재수없는 시조문예지 몇 쪽
그리고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을 버무려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빚는다.
2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