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당신은 운동을 하다가 턱을 심하게 찧었고
어제는 커피를 쏟아 손목을 데었다.
두 번 다 당신은 고통스러워 했고 나는 속이 상했다.
고통과 속상함 중 어느 것이 더 괴로운 것일까?
아마 고통이 더하겠지.
하지만 고통에 이어 당신은 곧 속상해졌다.
아픈 당신을 위로해주지 않는 나 때문이었다.
내가 당신의 고통을 살뜰히 위로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당신의 고통을 초래한 일련의 행동에 불만이 있었다.
그제 당신은 들떠 있었고
그 들뜸이 부주의와 과잉 행동을 불렀으며
그로 인해 다쳤다.
비명을 듣고 나가 살펴본 짧은 순간을 통해
고통을 일으키는 상처는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심각성에 대한 안도는 즉시 부주의에 대한 짜증으로 바뀌었다.
나도 안다.
식탁에 음식이 차려졌을 때 맛있다는 감탄을 미리 쏟아야 한다고 교육받은 것처럼
아프고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당신을 보며
모든 걸 젖혀두고 당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슬퍼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어떡하랴.
내 머리는 이미 당신은 그리 심하게 아프지 않을 것이라 결론을 내려 버렸으니.
그래도 몹시 안타까워 해야 마땅한데...
그걸 당신이 원하는데...
당신은 그게 사랑이라 말하고
나는 그건 사랑과 관계없는 것이라 말하지 늘.
그 간극.
그래도 내가 좁히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겠지.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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