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가족 그리고 기억

개장과 비석

취몽인 2019. 2. 18. 14:31

35년째 아버지는 저 아래 누워 계신다.

경상북도 고령군 성산면 사부동. 아버지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야산 가슴팍. 그저 떠날 즈음 늘 미안했던 엄마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듯 교회를 나가고, 그 탓에 선산에 잠드는 대신 어색한 교회 공동묘지에 누우셨다. 동쪽으로 산 너댓개 넘으면 있을 화원 선산쪽을 바라보며.

아마 지금쯤은 우리 형제를 향해 아주 가끔씩 웃던 웃음도, 용접하다 데어 쪼그라던 검지 손가락도 다 떠나고 깡마른 몸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굳은 뼈로만 계실 것이다.

몇 년전부터 산소를 개장해서 남은 아버지를 곱게 태워 선산 언저리에 뿌려드리자 맘 먹고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 형님이 계신 곳을 바람따라 빗물따라 떠돌다 어디든 당신 가시고 싶은 곳으로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을 시작하지 못한채 시간만 지나고 있다. 저 아래 하얗게 마른 고집으로 누워 기다리실 아버지에게 죄송하다.

그나저나 산소를 없애면 저 돌말뚝같은 비석은 어찌해야하나? 아버지의 이름과 우리 두 형제의 이름이 모질게 새겨진 낡은 문패같은 비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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