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성불成佛하다
스님이 말했다
나를 유심히 보라고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싣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가다듬으며 살펴보라고
그러면 마음이 보일거라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당신의 땅을 딛고 선 지 오십 몇 년
나는 늘 어딘가를 향했다
만고풍상 당신은 천변만변 했으나
나는 그저 늘 한 발을 내딛었을뿐
입이 없으니 입 다물고
눈이 없으니 눈 닫고
귀가 없으니 귀도 닫고
단지 그렇게 발끝만 바라봤어야 했는데
나는 그저 당신만 바라보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당신이 싣고 가는 게 무엇인지
마음을 다해 살펴 보느라
마음을 잃어버렸다
스님 혼자 성불 하시고
2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