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걸음, 성불하다

취몽인 2020. 7. 28. 14:50

 

 

걸음, 성불成佛하다

 

 

 

스님이 말했다

 

나를 유심히 보라고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싣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가다듬으며 살펴보라고

그러면 마음이 보일거라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당신의 땅을 딛고 선 지 오십 몇 년

나는 늘 어딘가를 향했다

만고풍상 당신은 천변만변 했으나

나는 그저 늘 한 발을 내딛었을뿐

 

입이 없으니 입 다물고

눈이 없으니 눈 닫고

귀가 없으니 귀도 닫고

단지 그렇게 발끝만 바라봤어야 했는데

 

나는 그저 당신만 바라보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신이 싣고 가는 게 무엇인지

마음을 다해 살펴 보느라

마음을 잃어버렸다

 

스님 혼자 성불 하시고

 

 

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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