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야근
회사는 베이커리카페 오픈을 앞두고
몇 안되는 직원들이 정신이 없는데
주중 휴무일 눈치 속에도 굳이 찾아먹고 쉰다.
기둥 부러진 임플란트 3주 걸려 다시 만든걸
오늘 오후에 심기로 예약이 되어 있기도 하고 (20일 어금니 없이 살았다. 오늘 못하면 설 지나고 밖에 시간이 안되니..) 자동차 사고 난 후 일주일 동안 심신이 지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눈 딱 감고 쉬기로 했다.
세상일이 그렇다. 주말 출근하는 대신 쉬기로 한 목요일이니 그건 당연한 내 권리지만 상황은 늘 상대적인지라 나머지 동료들이 쉬는 날도 반납하고 일을 하고 있는 형편에 혼자 내 몫을 찾아 쉬는 일은 불편하고 미안하다. 그렇잖아도 나이 먹은 직원이라 서로 조금은 불편함이 있는 턴데 자칫 이기적인 꼰대가 될 수도 있다.
딸들은 이런 내 생각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지만 우리는 그런 세대를 살아왔다.
의리, 동료의식 같은 것. 오죽하면 '우정야근'이라는 말도 있었을까.
어쨌든, 최근 들어 부쩍 예민한 통증이 잦은 양 발목의 긴장도 풀어주고 묵은 근심도 녹여낼 겸 아침부터 예의 뜨거운 욕조에 들어앉아 땀을 뺀다.
년말부터 머리맡에 두고 다시 읽던 '야생초편지' 마저 읽고 일어설 생각이다.
빈집 욕실문 활짝 열어놓고 욕조에 드러누워 있으니 강아지가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하는 표정으로 고개 갸웃거리며 들여다본다.
2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