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등대 둘 모두 불 밝혀
이제는 너무 빛나는 그 곳
마음 따위만 구겨서 보낼 수 밖에 없다
오래 전
너는 떠났고 나는 갈 수 없으니
겹으로 어긋난 방파제 건너편
쪼그리고 앉았던 갈매기 한 마리
어둠이
남아있을까 저 빛들 틈에서
파도소리 들이치던 골목 입구 여인숙
욕지기 쏟던 대포집도 불빛에 타버리고
쫒겨난 늙은 선부만 선창길을 걷겠지
마르지 못한 설움 하나
물가자미처럼 널어놓고
마음 혼자 컴컴하게 걷도록 하는 일
그 밖에
널 잊을 도리 더 이상은 없구나
20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