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감포

취몽인 2020. 1. 17. 16:12



감포



등대 둘 모두 불 밝혀

이제는 너무 빛나는 그 곳

마음 따위만 구겨서 보낼 수 밖에 없다

오래 전

너는 떠났고 나는 갈 수 없으니


겹으로 어긋난 방파제 건너편

쪼그리고 앉았던 갈매기 한 마리

어둠이

남아있을까 저 빛들 틈에서


파도소리 들이치던 골목 입구 여인숙

욕지기 쏟던 대포집도 불빛에 타버리고

쫒겨난 늙은 선부만 선창길을 걷겠지


마르지 못한 설움 하나

물가자미처럼 널어놓고

마음 혼자 컴컴하게 걷도록 하는 일

그 밖에

널 잊을 도리 더 이상은 없구나




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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