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을 쓴 고형렬시인은
이상국시인을 영북의 시인이라 했다.
嶺北.
영동하고도 북쪽을 이르는 말이다.
대관령, 미시령, 진부령 너머
급한 바다가 들이닥치는 곳.
그곳에는 분단이 어느 곳보다 가깝고
해변이나 골짜기 곳곳에
가난과 결핍이 끼어있는 곳이다.
시인은 그 언저리나 중심을 걸으며
슬픔도 이야기 하고 웃음도 이야기 한다.
46년생이니 칠순 즈음에 낸 시집엔
어성전 계곡 어름에 놓인
오래된 바위의 물떼 같은 것이 느껴진다.
지나간 것들. 아직 남은 것들.
그리운 것들. 변하는 것들.
시인은 수 없이 미시령을 넘었겠지만
그예 돌아와 푸른 동해를 지키고 섰다.
-------------------------
미시령
영을 넘으면 동해가 보이고
그 바닷가에 나의 옛집이 있다
수십년 나는 미시령을 버리고 싶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집을 비우면 바다가 심심할까봐
눈 오는 날에도 산을 넘고 어떤 날은 달밤에도 넘는다
서울 같은 건 거저 준대도 못 산다며
한사코 영을 넘는 것이다
바다도 더러 울고 싶은 날이 있는데 내가 없으면
그 짐승 같은 슬픔을 누가 거두겠냐며
시키지 않은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동해는 네가 얼마나 외로우면 그러겠냐며
남모르게 곁을 주고는 하지만
사실 나는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바람이나 나무뿌리에 묻어둔 채
영을 넘고는 하는 것이다
'이야기舍廊 > 詩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에 불타다 /정현종 (0) | 2020.02.03 |
---|---|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오규원 (0) | 2020.02.03 |
현대문학 2월호 (0) | 2020.02.01 |
깨끗한 나라 /이성부 (0) | 2020.01.29 |
리스본행 야간열차 (0) | 2020.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