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즈음에는 시집을 읽고나면 시인들의 나이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시를 감상하는 데 시인의 나이는 사실 아무 관계가 없다. 간혹 특별한 시를 만날 때, 도대체 이 시인은 나이가 몇이길래 이런 시를 썼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확인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내가 나이를 확인하는 시인들은 내 앞 세대의 분들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싶어서, 또는 몇 살쯤 되면 이런 눈을 가지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1939년생. 우리 나이로 여든이 넘었다. 이런 식이다. 정현종도, 이성복도, 황동규도 이제 다 노인이다. 내가 늙은 탓에 그들도 늙어버렸다. 떠밀려서. 안타까움은 나만의 느낌일까?
어제 현대문학 2월호에서 황동규선생의 신작시를 읽으면서도비슷한 생각을 했다. 안타까움.
노장이 눈에 비쳐 옮겨지는 시는 관조의 빛이 따뜻하다. 예술이고 뭐고를 떠나 세상 만물 만시를 향한 시선이 깊고 안온하다.
오래 묵은 말들이 질그릇 표면으로 스며나오듯 진득하지만 동시에 투명한.. 시면 어떻고 시가 아니면 또 어떠랴. 그가 시인일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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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모든 인사는 시이다.
그것이
반갑고
정답고
맑은 것이라면.
실은
시가
세상일들과
사물과
마음들에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
모든 시는 인사이다.
인사 없이는
마음이 없고
뜻도 정다움도 없듯이
시 없이는
뜻하는바
아무런 눈짓도 없고
맑은 진행도 없다.
세상일들
꽃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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