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집을 다시 읽는 몇가지 재미가 있다.
오규원선생의 1987년 시집을 읽으면 지난 시절 우리 문학의 들보였던 김현선생의 발문을 만나는 기쁨을 새삼 누릴 수 있다.
'김현'이라는 이름.
최근에 곁에 두고 매일 겨우 한 편이나 두 편의 시를 억지로 읽고있는 젊은 시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연이지만 최근의 나는 젊은 시인들이 열고 있는 낯선 시 세상 앞에서 돌아서지도 지나가지도 못한채 오래 난처한 상황인데, 1987년 오규원의 시집에 대해 김현선생은 굳이 낯선 시 세상을 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라 말한다.
결국 새로운 시란, 현재를 지배하는 좋은 시란 틀을 벗어나 새로운 좋은 시의 지경을 여는 것이다. 오규원선생은 이 시집에서 그런 요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어디쯤 경계에서 잘난척 하는 것들에게 다짜고짜 시비를 걸어 떠날 준비를 한다. 물론 곧 떠나고 그래봤다 또 돌아오지만.
김현선생은 그렇게 애쓰는 오규원을 바라보고 있고, 30년 시간을 넘어 나는 젊은 김현시인의 애쓰는 모습앞에 꽉 막혀 서있다.
그게 수준 차이겠지.
'나는 어리석은 독자를
배반하는 방법을
오늘도 궁리하고 있다'
시인은 이런 궁리를 했었고 누군가는 지금도 이런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같은 어리석은 독자는 여지없이 배반 당한채 망연할뿐이고, 시인들은 그제서야 쾌재를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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