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숨어사는 즐거움 /허균

취몽인 2020. 2. 16. 20:00

 

법정 추천 책 다시 읽기 시리즈..

 

'세속에 육침하며 이 세상을 피하노라.

금마문안 궁궐 속에서도 세상 피하고

몸 보존할 수 있는데,

어찌 꼭 깊은 산속 쑥대 집 밑이어야 하리'

- 동방삭 東方朔 <列仙傳>

 

손방孫昉의 호는 사휴거사四休居士인데,

그뜻은..

'거친 음식을 먹어도 배만 부르면 그만이고,

누더기 옷을 입어도 몸만 따뜻하면 그만이고,

불평과 불만도 시기가 지나면 그만이고,

탐욕과 질투도 나이가 많아지면 그만이다.'

- <옥호빙玉壺氷>

 

조선시대의 천재 아웃사이더 허균. 그의 독서 수첩 '한정록'을 소설가 김원우가 읽기 쉽게 다듬은 책이다.

 

중국의 옛 책 속에 나오는 선비들의 생각들 속에서 안빈낙도의 지극한 경지에 가까운 글들을 모아 놓아 팍팍한 세상을 사는 중에 짬짬히 여백 많은 수묵화를 볼 때 느끼는 안온함을 얻을 수 있다. 또 짧은 글들로 옄어져 있어 머리맡에 두고 마음이 지쳤을 때 한 조각씩 읽어도 좋을 듯하다.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들의 공통점은 이 책처럼 가까이 두고 거듭 읽기에 좋다는 점이다. 단 하나 문제는 머리맡 책꽂이가 비좁아지는 것. ^^

 

또 책 내용과는 별개로 소설가 김원우선생의 깊은 한문 조예에도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