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지향한다.' 쇼펜하우어
두 권의 클래식 입문서를 연달아 읽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건 얼추 십 년 정도 된 것같다. 어설프지만 스스로 예술 언저리에 있으니 클래식 정도는 들어줘야 어울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과 요즘 대중음악에 도무지 적응할 수 없다는 현실이 어울려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주변의 몇 몇 선배들이 좋은 오디오 장비를 갖추고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모습을 가끔 보면서 느낀 부러움도 한 몫을 했고.
먼저 읽은 '클래식 수업'은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쓴 책이고 지금 이 책은 트럼페터 나웅준이 쓴 책이다. '트럼페터', 보통 악기 연주자는 악기 이름 뒤에 ist를 붙인다.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같이. 그런데 트럼펫 연주자는 'er'을 붙인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두 책은 한결같이 친절하다. 클래식을 즐겨도 그 세계는 언제나 내겐 멀어보였다. 일단 중. 고교 음악 시간에 배운 음악사나 음악이론 정도의 지식 밖에 없으니 음악이란 예술 쟝르 전반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고, 우리 세대엔 제법 잘 사는 친구들에게만 허락됐던 악기 연주의 기회 또한 내게는 전혀 없었으니 거리는 멀게만 느껴지는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서 좋으면 좋은 것이다 하는 용기로 무작정 들이대며 음악을 들어온 내게 조근 조근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안내해 준다.
바로크, 고전, 낭만주의 등을 거치는 기본적인 음악사와 음악가 이야기. 음악 형식에 대한 개괄적 안내 그리고 악기 및 아티스트에 관한 이야기, 좋은 음악에 대한 관점 및 해설 등이 쉽게 망라되어 있다. 내게 특별히 와닿은 부분은 내가 특히 취약한 음악 형식에 관한 글들이었다. 막연했던 소나타 형식에 대한 이해를 얻은 것은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직은 막상 음악을 들으며 그 이론들을 적용하긴 힘들지라도 뭘 들으려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얻었다고나 할까.
그외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앞으로 집중해서 들어보고 싶은 클래식 음악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전부터 좋아했던 곡도 있고 언뜻 들었던 곡도, 모르는 곡도 있다. 한 50곡쯤 된다. 천천히 하나하나 들어볼 요량이다. 옛날 같으면 카세트 테이프나 CD에 죽 담아서 들을텐데..아쉬운 대로 음원을 노트북에 내려받아 듣고 차근차근 음반도 사볼까 한다.
뭐 클래식, 비전공자는 이렇게 즐기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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