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에 대구를 가려다 결국 못갔다.
만나기로 한 친구들도 부담스러울 것 같고
우리 또한 다녀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니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안동에서 청량산 넘어 울진바다를 보고
회 한 접시 소주 몇 잔 하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대구 친구들과 통화를 하는 중에도 TV에서는 야단법석 중계가 끊이질 않았다.
대구. 내 고향. 정치적 성향이 싫어 욕도 좀 했지만 그래도 내 뿌리는 그 곳에 있으니 이 난리통을 보는 마음이 쓰리다.
그곳엔 내 아버지의 산소, 처가, 외가가 모조리 있고 심지어 신천지 교회 바로 옆 요양병원에 장모님이 계신다. 처제의 말로는 인적이 끊겼고 병원 출입도 막혔다 한다.
보이지 않는 적은 더 큰 공포를 일으킨다. 부디 내 고향 사람들이 이 흉흉한 시간을 무사히 잘 이겨내길 빈다.
사람은 생각의 차이 따위로 마음의 깊이를 포기할 수 없다. 그간 짜증내서 미안하다.
대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