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상상력의 산물이라 했던가.
이 시인의 詩들은 온통 유쾌한 상상의 세계를 떠돈다.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쉴 새 없이 꿈꾸고 그 꿈속에서 홀로 즐겁다.
그런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행복한 일?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고통일 수도...
상상력을 확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시집이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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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산벚나무
앞으로 늙은 곰은 동면에서 깨어나도 동굴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는 기라
동굴에서 발톱이나 깎으며 뒹굴다가
여생을 마치기로 했는 기라
그런데 또 몸이 근질거리는 기라
등이며 어깨며 발긋발긋해지는 기라
문득, 등 비비며 놀던 산벚나무가 생각나는 기라
그때 그게 우리 눈에 딱, 걸렸는 기라
서로 가려운 곳 긁어주고 등 비비며 놀다 들킨 것이 부끄러운지
곰은 산벚나무 뒤로 숨고 산벚나무는 곰 뒤로 숨어
그 풍경이 산벚나무인지 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우리는 한동안 산행을 멈추고 바라보았는 기라
중동이 썪어 꺾인 늙은 산벚나무가
곰 발바닥처럼 뭉특하게 남아 있는 가지에 꽃을 피워
우리 앞에 슬며시 내미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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