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보는 장석주의 '은유의 힘'
쉽게 읽히는 이 책은 대충 생각해도 한 백 권 정도의 책이 담겨있다. 자칭 타칭 전업 작가이자 '독서가' 답게 동서양과 각 장르를 넘나들면서 책 한 권을 두꺼운 메타포 하나로 엮고 있다.
시를 정의하는 시론이나 시 작법 책은 많다. 많은 책들 중에는 전문가의 식견을 자랑하는 현학이나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론들로 엮여진 책들이 많다. 한 마디로 친절하지 못한 텍스트들이 많다.
장석주의 책도 다소 건방지다. 단정이 많다. 그런데 불쾌하지 않다. 이유는 텍스트 자체가 시적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 많은 인용의 은유에 얹혀 내 주장이 아닌 시의 주장을 말하고 있다. 독서가인 시인이기에 쓸 수 있는 시적 텍스트라 생각한다.
추천하기는, 시가 막막할 때 아무 곳이나 펼쳐 읽으면 조만간 희미한 시의 길을 다시 걸을 여지를 얻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여지다. 아니면 적어도 시 몇 편을 읽거나 다른 책을 향해 손이라도 뻗을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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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네 개의 발'. 이미지는 모호함에 감싸여 있고, 그 전언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호한 그대로의 이미지이지 의미의 맥락이 아니다.'
''시는 머리를 뚫고 나오는 손가락 같은 거예요. 걸으면 벌어지고, 멈추면 닫히는 치파오라는 중국 치마 같은 거지요.- 이성복''
'그림자는 만상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이면이고 그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뒷말이자, 궁극의 파편이고 흔적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망령, 부재의 징후, 또 다른 자아의 실재를 암시한다. 우리는 그림자들의 세상에서 저마다 유한한 생을 꾸리는 또 다른 그림자들이다. 그럴진대 시가 그림자들의 노래, 그림자들의 신음, 그림자들의 방언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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