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다친 황소

취몽인 2020. 4. 14. 23:18

다친 황소

 

 

나는 대구 사람이다.

 

두류산밑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나오고 먹고 살 길 찾아 대구를 떠났지만 여전히 내 뿌리는 대구에 있다. 한 여름 영천이 대구보다 덥다하면 기분 나쁘고 인천이 대한민국 세 번째 도시가 된다하면 울화가 치민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지나며 통일신라의 적통 속에 있다 자부한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현대사에서 고립된 광주를 안타깝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새 제대로 고립된 대구를 보고 화가 나고 속상하는 게 요즘 심정이다. 코로나는 왜 또 내 고향에 쏟아졌는지. 그저 정치적 견해지만 확 멀어져버린 친구들. 친척들, 선배들, 후배들을 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한다. 현대사는 대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의리를 중시하는 대구사람들을 현대사가 이용했다고. 이 말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뭔가가 있다.

내 고향의 정신을 훼손한 더러운 손길.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 대구는 지금 다친 황소다. 상처를 준 놈들은 숨었다. 피 흘리는 대구는 억울하다. 다친 황소를 위로하고 치료해야 한다.

 

선거 끝나면 그 일을 어찌 할 것인가 내 고향 사람들과 상처의 아픔을 아는 다른 곳의 사람들과 의논해야겠다.

 

피 흘리는 내 뿌리를 그냥 두고 볼수는 없다.

 

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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