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로 유명한 황선미작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오며 가며 읽었다.
출퇴근에 하루 세 시간 정도가 걸린다.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니 그 세 시간 동안은 주로 라디오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출퇴근 시간이니 당연히 차는 곳곳에서 막힌다. 도로에 차들이 가득 차서 꽁무니에 빨간불들을 켠 채 멈춰있거나 느리게 갈 때면 거치대에 걸어 놓은 핸드폰 화면으로 가벼운 책을 읽는다. 이 책 같은 가벼운 글들이 주로 그때 읽는 것들이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도 컴퓨터 듀얼모니터 한 귀퉁이에 책을 열어놓기도 한다. 일 하다 목이 뻐근하거나 머리가 아프면 잠시 쉬면서 몇 쪽을 읽기도 한다. 이렇게 짬짬히 읽다보니 대출 만기가 되도록 다 못 읽을 때도 있다. 마저 다 읽지 못해 서운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조각 글들이니 끝이란 건 없다. 못 읽는 부분은 내 인연이 닿지 않는 내용일뿐.
유명한 작가, 교수, 강연자로 살고 있는 작가는 늘 쫒긴다. 무시로 솟아오르는 과거의 아픈 기억에 쫒기고, 현실 속 창작의 압박과 생활의 느닷없음에도 쫒긴다.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쫒기면서 느끼는 행복도 있고 회의도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일 터. 유명 작가도 그저 글을 쓰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의 쫒김을 비집고 나온 작품은 여전히 훌륭할 것이지만 그의 삶이 엄청나게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작가도 한 생을 사는 인간이므로, 대부분 인간은 한 생을 버겁게 살아가므로. 그 지난한 삶 가운데 남기는 뭔가가 다를뿐.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생이 유난히 시덥잖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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