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철학 /데이브 로빈슨

취몽인 2020. 5. 8. 17:03

 

그간 읽었지막 그새 다 잊어먹은 철학 개론의 목차를 다시 읽는 느낌. 한번씩 이렇게 정돈할 필요가 있다. 만화책은 이런 용도로 아주 좋다.^^ 하지만 목침 두께의 서양철학사를 그림이 절반인 얇은 책에 담다보니 질문만 가득하다.

늘 헷갈리는 구조주의, 현상학은 여전히 헷갈리고 포스트모던은 머리 아프고.. 남은 것은 '권력과 지식의 결탁' 푸코가 여전히 궁금하다는 욕망. 그리고 숙제.

 

철학개론은 내게 두 가지 아픈 추억을 남겨주었다.

 

첫번째는 대학 이 학년 때 재수해서 일 년 늦게 대학에 들어온 친구녀석(나만큼 공부에 취미가 없던)이 위험한 부탁으로 시작됐다. 기말시험 철학개론 과목 대리시험을 봐달라는 것이었다. 반대급부가 뭐였는 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나마 초급 철학 좀 읽던 시절이었고 일 년전에 B학점 이미 받은 과목, 게다가 나는 A급 대학 녀석은 C(? 죄송)급 대학. 수준차도 좀 있으니 건방도 함께 작용을 해서 그러마 했다.

시험 날, 녀석이 빌려온 학생증을 들고 녀석 뒷자리에 앉았다. 시험지를 받고 일사천리로 답을 썼다. 문제는 역시 쉬운 편이었다. 거의 답을 다 썼을 때 교수가 힐끗 쳐다보고 지나갔다. 왠 녀석이 이리 답을 빨리 썼나 하는 표정이었다. 교수가 지나가자마자 앞자리의 녀석과 답안지를 바꿨다. 거의 백지였다. 이번엔 다소 무성의하게 답을 쓰고 있는데 아뿔싸, 지나갔던 교수가 다시 돌아왔다. 좀 전에 분명 답을 거의 다 쓴 놈이 다시 빈 답안지를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심오한 표정으로 강단 자리로 갔다. 느낌이 안좋아 그대로 빈 답안지를 제출하고 내뺐다.

보름쯤 뒤 친구 녀석이 찾아왔다. 같이 철학개론 교수한테 가야한다고 했다. 사단이 난 것이다. 남의 학교 교수에게 공갈, 협박, 조롱, 교육까지 받아야 했다. 친구 녀석은 별도로 교수가 지정한 어느 스님(성철스님이었다고 한다)을 산속 암자로 찾아가 정신교육까지 받았다고 했다. 녀석은 그 과목 성적 A를 받았다. 정말 적합한 철학적 시추에이션 또는 에듀케이션 아닌가? ㅎㅎ

두번째는, 아르바이트로 음악실 디제이를 같이하던 동갑내기 여학생과의 일이다. 한 반년 같이 보다보니 살짝 연정이 생기던 무렵이었다. 철학개론 리포트를 써야하는데 어렵다고 했다. 무모하게도 대신 써주겠다 객기를 뱉었다. 역시 반대급부는 생각나지 않는다. '스토아철학과 스콜라철학을 비교 논술하라'에 붙들려 한 일주일 고생했다. 사랑이 걸려 대충 쓸 수도 없었다. 그녀도 그 과목 A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나의 과도한 친절이 부담스럽다고 그녀는 영영 내곁을 떠났다. 철학적으로..

 

철학개론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역할이 얽혀 철학적이다. 내겐.

'이야기舍廊 > 책과 문화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꾸베씨의 행복여행  (0) 2020.05.22
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  (0) 2020.05.19
민족작가 / 민족작가연합  (0) 2020.05.07
곁에 두고 읽는 장자 /김태관  (0) 2020.05.06
밤 열한 시 / 황경신  (0)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