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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가 썩는 나라
모든 게 다 썩어도
뻔뻔한 얼굴은 썩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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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을 뒤지다 읽어볼까? 해서 주문해 도착한 시집. 한 이틀 서랍에 뒀다 꺼내 읽으니 안면이 간지럽다. 몇 편 읽으니 안면이 탁 트인다. 작년인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시집이다. 요즘 이런 일이 잦다. 닥치는 대로 읽어 그런가? 책을 가져오는 곳이 많아서 그런가? 책방, 인터넷 서점 두 군데, 도서관 두 군데, 인터넷 도서관까지.. 거기에 낡은 기억력이 더해져 다섯 권 사면 한 권은 읽었고 게다가 이미 집에 있는 책이다. 어쩌겠는가? 좋아 샀으니 두 권 있어도 좋고 두 번 읽으면 더 좋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사실이 또 그렇고.
시인은 여전히 시니컬하다.
답답한 세상,
대놓고 씹고, 돌려서 씹고, 웃으며 씹는 시인 덕에
속에 조금 틈이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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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에 바코드를 붙이지 마라
수다스러운 영산포 아줌마는
항아리에서 홍어를 꺼내더니
홍어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보여준다
칠레산 홍어들과 다르게
흑산도 홍어에는 반드시
바코드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바코드를 귀걸이처럼 매달고
홍어가 웃는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냐
내 죽음에 바코드를 붙이지 마라
- 최승호 문학과지성.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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