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다시 보지 못할 이에게

취몽인 2020. 8. 3. 11:38
다시 보지 못할 이에게
- 김상철을 생각함


어제 저녁 같이 당구를 치고
오늘 혼자 떨어져 죽은 친구여
자네에게 인사 가지 않으려 하네
어제 자네는 나를 보고 활짝 웃었는데
오늘 자네는 웃을 수 없네
아니 나를 볼 수조차 없네
어제 자네는 내 친구였으나
오늘 자네는 모르는 존재가 되고 말았네
없는 자네에게 나는 인사할 수 없네
누군가 말하네
자네가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그러면 나 또한 어딘가를 지켜보면
자네와 눈 마주치겠지
별 말은 없겠지
자네 아내와 아이들, 나는 보지 못하네
자네는 없고
슬픔만 남은 그 자리에 갈 수 없네
나 죽거든 자네도 오지 마시게
그때 내가 자네에게 가겠네
만나면 욕 한 번 쏟을테니
빈 악수나 하세
그러니 돌아보지 말고 얼른 가시게
나도 돌아보지 않겠네

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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