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암호 /장 보드리야르

취몽인 2020. 8. 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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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현대에 대해 깊은 사유를 보여주는 보드리야르가 2000년 펴낸 얇은 책, 암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유는, 방대한 저자 자신의 저작들에 나오는 핵심 용어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보드리야르 사유의 전체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 수준에서는 이해가 힘드는게 당연한 것 같다.

책 읽기는 늘 여러모로 만만치 않다.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 의 원 소유자, 그리고 현대를 관통하는 가상의 세계 등에 대한 보드리야르에 다가가기 위해 대략적인 체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입문서가 되리란 기대로 선택했지만 오히려 우뚝우뚝 서있는 기둥들 아래서 밑둥만 더듬는 읽기가 돼버렸다.
들뢰즈나 하이데거에 접근할 때 썼던 방법이 이 경우엔 적절하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별 수 없으니 主著를 돌파해볼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없었으나 미련스럽게 一讀은 했다. 그래도 끄트머리쯤 가서는 조금 알 수도 있을 것 같았으니 영 헛수고를 한 건 아니다 싶다.

현대를 바라보는 보드리야르의 키워드 중 하나는 '불확정성'이다. 양자물리학이 벽이라면 벽이고, 새로운 세계관이라면 세계관으로 연 '불확정성의 논리'.
주체와 대상이 가상과 복제로 희미해진 현대는 현재를 규정하기가 어렵고 더불어 미래 또한 쉽사리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힘들다는, 다소 무책임하지만 무한 복제, 원본 상실의 시대에 어쩔 수 없어 보이는 기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가 하는 이 말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초보의 안목이므로 과연 바른 말, 바른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자신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어쨌든, 조만간 메인 텍스트를 읽고 나서 이 책은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그때는 암호를 제대로 해독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