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릴케

취몽인 2020. 8. 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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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항상 그랬던 것 같소. 눈으로는멀리 있는 사물들을 바라보면서 손은 혼자서 자기 일을 하는 것 말이오. 또 당연히 그래야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소.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나는 지금처럼 고독하게 있어야 하지. 우선 내 고독은 다시금 확고하고 안전한 것이 되어야만 하오. 원시의 숲처럼,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두려워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아야 하오. 그 고독은 모든 악센트를 잊어야 하며, 어떤 예외적인 가치나 의무감도 잊어야 하오. 그리하여 고독은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것이 되어야 하지. 그리고 아무리 잠깐 동안이라도 나를 찾아오는 생각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와 단둘이서만 만나야 하오. 그래야만 그 생각은 나를 믿으려 할 거요.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기의 훌륭한 말들은 아껴 둬야만 하오. 언어가 바로 생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