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기,
넘어가기,
부드럽게 여유 있게.
적요한 상태.
내 마음은 편안하다.
.
.
.
철학자 김진영의 병상 메모.
임종 3일 전까지 병상에 앉아 이 글들을 썼다는데.
멀지 않은 시간이면 우리게도 다가올 시간.
그 언저리에 서면 나 또한 비슷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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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위안을 주려는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하게 된다. 병을 앓은 일이 죄를 짓는 일처럼, 사람들 앞에 서면 어느 사이 마음이 을의 자세를 취하게 된다. 환자의 당당함을 지켜야 하건만....
희망은 세상 어디에나 있지, 그런데 그 희망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야 – 카프카 / 희망변증론
나는 존재의 바닥에 도착했다. 단독자가 되었다. 본질적 타자성의 존재가 되었다. 이제 나는 나의 삶을 혼자서 다 껴안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이토록 무거웠던가.
고백하자면 나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모든 것을 걸고 싸워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싸움은 자체가 수단이고 목적인 순수하고 절대적인 싸움이다.
(죽음과 직면한) 환자의 주체성은 패러독스의 논리를 필요로 한다. 생의 근원적 덧없음과 생의 절대적 존재성, 그 사이에서 환자의 주체성은 새로운 삶의 영토를 연다.
생은 불 꺼진 적 없는 아궁이. 나는 그 위에 걸린 무쇠솥이다. 그 솥 안에서는 무엇이 그토록 끓고 있었을까, 또 지금은 무엇이 끓고 있을까.
늙은 해녀가 말한다 "물질을 사람 힘으로 하는가, 물 힘으로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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