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유산

취몽인 2020. 10. 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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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실업급여의 시간이 지나고 내년 삼월쯤 개인택시를 하겠노라, 그걸 내 마지막 직업으로 삼겠노라 마음 먹고 있었다.

개인택시 면허 조건이 내년 1월부터 완화 적용되므로 단기적으로 면허가격이 오를 것이다. 현재 8천만원 정도인 시세가 1억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1억. 큰 돈이다. 어떻게든 대출을 끌어서 마련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가시면서 그 돈을 내게 남기셨다. 물론 집에 묻혀있는 돈이고 혼자인 동생을 위해 더 많이 줘야하지만 개인택시 면허만큼은 내 몫으로 돌아왔다.

1974년, 아버지가 대구 두류산밑에 지은 우리 식구들의 첫 집. 그 집이 고덕을 거쳐 상계동까지 왔다가 내 노후 삶의 밑천이 된다. 그렇게 내 부모는 끝까지 나를 챙겼건만 나는 그분들에게 뭘했는지..

어머니 장례를 마친지 일주일. 부끄러움은 도무지 어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한다.


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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