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시인들

취몽인 2020. 10. 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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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


살면서
만난 시인 몇 안된다
나이들어 뵌
까마득한 고등학교 문예부 선배님들
문인수, 이하석, 배창환, 오정국, 박상봉시인
피맛골 시인통신에서 본 김신용시인
시 배우다 만난 김경주, 한경용시인
어릴적부터 보다 시인이 되는 모습을 본 이병철시인
책방에 찾아가서 본 김이듬시인
신인상 받느라 만난 전형철시인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시인들이 내 평생에 만난 전부다
아무도 나하고 술 한 잔하며 시인인 양 시인들의 풍경을 만들어 줄 순 없는 시인들이다
오래 시를 쓰며 좋은 시를 사모하는만큼 시인들을 사모하게 됐지만
그건 어쩌면 시인 대접을 받고싶어하는 삿된 마음이었을 것이다
시인들끼리 만나 술을 마시고 추억을 만들고 객기를 쌓는, 낡고 바랜 그 낭만의 풍경을 누가 그리워하게 만들었을까
고개 돌리면 창밖 베란다에 수 백의 시인들 꽂혀있다
제각기 시 팔십 편씩 껴안고 있다
아무 말 없이 직각으로 서서
나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자기들끼리는 잘 아는 시인들
그 초라한 동경이
내가 시를 쓰는 이유와 아무 관계없다 말할 수 없다
그 것이 내 시가 한 발도 앞으로 못나가는 이유가 아니라 말할 수 없다

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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