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사육

취몽인 2020. 10. 11. 11:01
.
사육


레이먼드커버의 단편을 읽다
개를 버리는
앨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커버는 상실 중인 앨을 내게 이야기 했지만
내게는 개를 버리는 앨만 들린다

앨은 여러번 망설이다
키우던 암캐 수지를 먼 곳에 버린다
차 뒷문을 열고 먹이를 창밖에 던지고 등을 떠밀어 수지를 내보낸 뒤 차를 몰고 달아난다

이쯤을 읽을 때 내 호흡은 급해진다

개를 버리다니
가족을 버리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책을 덮고 뒤를 돌아보면
침대 내 자리에 드러누운 강아지가 있다
새카만 눈으로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게 맞어
잘했으니 간식 하나 줄까?
라고 말하고 있다

201007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각사각  (0) 2020.10.14
어떤 출근  (0) 2020.10.12
시인들  (0) 2020.10.04
멸치볶음  (0) 2020.09.29
  (0) 2020.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