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별밭에서 지상의 詩를 읽다 / 곽재구 엮음

취몽인 2020. 10. 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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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편 모두 좋은 詩.
그중에 내게 가장 좋은 詩.
한 편은 어려워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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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평의 두 크기

- 유안진

너무 늦은 축하가 미안해서, 양초와 하이타이 등을 잔뜩 사들고 인사를 갔었지 13평 임대아파트에서 13평 아파트로 이사간 집으로

쉰 셋 나이에 처음 제 집에 살아본 안주인은, 종아리까지 걷어 보이며 불평불만이었지 석달이나 지났어도 부은 것이 안 풀린다고, 괜히 넓은 집을 사서 다리만 아프다고, 청소하기도 힘들다고, 평수는 같아도 크기는 엄청 다르다고

그녀의 그 어불성설의 화법이 이따금씩 내 두통을 쫓아주며 메아리치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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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면 끝입니다

- 정양주

하늘이 두 뼘쯤 되는 산골짜기 집 마당에
백 촉짜리 백열등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저 집에서 다시 불빛 새어나올 일 없습니다
장독대 항아리들 다시 빛날 날 없습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을 엉덩이 업습니다

시골집 환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마지막 불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