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내가 사랑하는 시 / 피천득 엮음

취몽인 2020. 11. 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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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飮酒 - 제5수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한다
그러나 마차나 말울음 소리는 없다
그럴 수가 있냐고 물을 것이다
마음이 떨어져 있으면 땅도 자연히 멀다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자르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
산 공기가 석양에 맑다
날던 새들 떼지어 제 집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진정한 의미가 있으니
말하려 하다 이미 그 말을 잊었노라

- 도연명 陶淵命 (365~427)

오래전부터 나이가 들면 시골에 가서 살리라 마음 먹었다. 막상 그 나이 턱밑에 닿고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전원 속의 삶이란 다분히 환상이다. 그곳에는 내가 모르는 치열한 삶과 노동이 있고 대부분 부실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밖이다. 방법은 지금 내 사는 곳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 이 옛적 전원시인이 말하고 있다. 옳다 생각한다.

번역되면 詩는 생명을 잃는다 생각했었다.
많은 분들도 그렇다 말씀하셨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틀릴 수 있다 생각했다.

옮기는 이의 역량에 따라 그저 옮기는 번역이 아니라 창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피천득 선생님은 증명하셨다.

영문학자들이 부러운 적이 있었다. 더 많은 텍스트들을 오역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 그 텍스트들을 다시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나니 그들은 그저 그렇고 금아선생의 문학이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건너지 못하는 강 저편이 그저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