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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별
한여름
한밤중이었네.
별들은 궤도에서
더 밝고 차가운
달빛 사이로
창백하게 빛나고 있었고,
달은 하늘 높이
자신의 시녀인 행성들 사이에서
파도에 빛을 뿌리고 있었네.
나는 잠시 그 차가운 미소를
바라보았네.
내게는 너무나도 차가왔네.
거기 수의처럼
양털구름이 지나갔네.
나는 그대 쪽으로 몸을 돌렸네.
자랑스러운 저녁별이여.
멀리서 빛나는
그대의 빛이 가장 소중하구나.
그대가 밤하늘에서 맡는
자랑스러운 역할은
나의 기쁨이로다.
나는 그대의 먼 불빛을
차갑고, 천한 빛보다
더 찬미하노라.
Evening Star
Twas noontide of summer,
And mid-time of night;
And stars, in their orbits,
Shone pale, thro' the light
Of the brighter, cold moon,
Mid planets her slaves,
Herself in theHeavens,
Her beam on the waves.
I gazed awhile;
On her cold smile;
Too cold-too cold for me-
There pass'd, as a shroud,
A fleecy cloud,
And I turned away to thee,
Proud Evening Star,
In thy glory afar,
And dearer thy beam shall be;
For joy to my heart
Is the proud part
Thou bearest in Heaven at night
And more I admire
Thy distant fire,
Than that colder, lowly light
현대 단편소설 형식의 창시자로 불리는 E.A. Poe.
그는 소설 이전에 먼저 시인이었다고 한다.
그저 시인이 아니라 철저한 시인이었던 포는 시 또한 플롯이라 여겼으며 '어떤 플롯도 펜을 들기 전에 결말까지 구성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그렇게 치밀하게 시를 썼다. 이 책에서 그는 그 방법과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느낌이 오는 대로 써내려가고 그 후에야 형식을 다듬는 나 같은 하수는 흉내조차 내기 힘든 일이다. 몇 번 그런 시도를 해본 적 있었으나 이도 저도 아닌 뻣뻣한 글 무더기만 남겼던 기억도 있다. 결국 내공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많이 읽어 형식에 대한 전략이 머리 속에 쌓이고 그 축적이 즉흥속에 스며들게 하는 정도가 얼치기 시인의 현실적 목표란 생각도 든다.
영미시가 탁월한 번역가(일전에 말했던 영문학자이자 뛰어난 시인, 수필가였던 피천득선생 정도의)의 마음을 거치지 않으면 도무지 다가 오지 않던 이유도 이 책을 통해 알게됐다. 영어의 리듬감, 영문학 고유의 운율 등이 영미시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데 그걸 번역시는 도저히 욺겨올 수 없다. 형식과 언어 자체가 만드는 음악성을 번역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다가갈 수 없는 곳이라면 포기하는게 현명하다.
우리 시나 더 열심히 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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