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冬安居

취몽인 2020. 11. 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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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5

冬安居

내 생에 이런 시절 언제 또 있었던가
한 반 년 무위도식 그래도 몇 푼은 남는
행복이
유일한 불안
이런 날이 있었던가

아프던 어머닌 가고 아이들 제 삶 꾸리고
읽을 책 머리맡 가득 한 권 묶을 詩도 쌓였고
느긋한
아내 잔소리
숭늉처럼 구수하네

내일은 지천이고 꼭 할 일도 별로 없네
찾는 이 찾아가고 찾을 이 꼽아보다
초겨울
깃들 채비는
달 지우며 꾸리네

부끄러운 젊은 날 초라했던 마흔 쉰
이순 고개 저 아래서 히죽히죽 웃고 섰네
삭신은
저물어가나
가벼워서 좋다네

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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