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거리 한 뼘
경주 남산 약사골에 얼굴 없는 부처님 한 분
언제 목이 달아났는 지 알 수는 통 없지만
그 자리 지킨 건 천 년 먼 하늘은 알지요
얼굴 대신 하늘 걸고 앉은 부처 바라보며
사람들은 어느 허공에 절을 자꾸 했을까요
얼마전 땅을 더듬다 떠난 머리 찾았대요
몸에서 십 미터 땅에서 오십 센티
천 년의 거리치곤 너무 가깝지 않나요?
혼자서 바라보았을 안타까운 그 거리
비바람과 빈 눈초리에 온 몸 닳은 부처님은
얼굴 만나 어색했을까? 그래도 좋았을까?
아닌가? 그저 돌일뿐! 별 일 없다 했을까?
210109 개작 / 한국시조문학 2021. 제 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