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치를 다듬는 시간
김장 준비를 위해
오늘은 성경 읽기 쓰기 대신
멸치를 다듬는다.
꾸득꾸득 말린 멸치
등을 눌러 갈라 내장을 꺼낸다
바다를 떠난지 오래
삶기고 말려진 목숨들
속을 비운다
아직도 부족해
다싯물로 마저 뽑히기 위해
문드러진 육신으로 떠나기 위해
멸치는 제 속을 비운다
새까맣게
텔레비전에서 법정스님 의자를 본다.
요즘 시끄러운 잘난 스님들
그도 못지않게 잘났으니
뭐라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든가 말던가
댓돌 위엔
떠난 스님 고무신만 남았고
내앞엔 한 무더기
멸치 똥만 남았다.
201120
'이야기舍廊 >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와 이토씨 / 타나다 유키 (0) | 2020.12.05 |
---|---|
도쿄 오아시스 (0) | 2020.11.20 |
어느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0) | 2020.11.19 |
미드웨이 (0) | 2020.11.18 |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0) | 2020.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