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2020  가을 노래

취몽인 2020. 12. 9. 08:59
.
2020  가을 노래


1
호암산 정수리가 붉다
종일 흐렸으나
느리게 오는 가을 기다려 주느라
비는 꾹 참고 내리지 않았다

2
그제 비 내렸다
오늘 어딘가는 눈도 내렸다 한다
오른쪽을 조금 잃은 달이
천천히 오른쪽으로 기운다
바람이 심상찮으니 내일은
걸음걸이가 좀 빨라질 것이다

3
저녁이 서두른다
동향의 집은 마음이 더 급하다
어딘가에서 낙엽 쓰는 소리 어둑하다
산책하는 강아지 어리둥절하다
발끝에 차이는 가을들
어찌할 줄 모른다

4
다 떠나고
빈 벽에 붙들린 단풍 한 닢 목마르다
쉴 곳 없는 바람이 지나가고
계절은 모조리 꼬챙이
색깔들은 어디로 갔는가
먼 산 늑골이 깊다


201209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1.01.03
失年  2020  (0) 2020.12.31
  (0) 2020.12.09
순서  (0) 2020.12.09
17번 대기실  (0) 20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