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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을 노래
1
호암산 정수리가 붉다
종일 흐렸으나
느리게 오는 가을 기다려 주느라
비는 꾹 참고 내리지 않았다
2
그제 비 내렸다
오늘 어딘가는 눈도 내렸다 한다
오른쪽을 조금 잃은 달이
천천히 오른쪽으로 기운다
바람이 심상찮으니 내일은
걸음걸이가 좀 빨라질 것이다
3
저녁이 서두른다
동향의 집은 마음이 더 급하다
어딘가에서 낙엽 쓰는 소리 어둑하다
산책하는 강아지 어리둥절하다
발끝에 차이는 가을들
어찌할 줄 모른다
4
다 떠나고
빈 벽에 붙들린 단풍 한 닢 목마르다
쉴 곳 없는 바람이 지나가고
계절은 모조리 꼬챙이
색깔들은 어디로 갔는가
먼 산 늑골이 깊다
201209
2020 가을 노래
1
호암산 정수리가 붉다
종일 흐렸으나
느리게 오는 가을 기다려 주느라
비는 꾹 참고 내리지 않았다
2
그제 비 내렸다
오늘 어딘가는 눈도 내렸다 한다
오른쪽을 조금 잃은 달이
천천히 오른쪽으로 기운다
바람이 심상찮으니 내일은
걸음걸이가 좀 빨라질 것이다
3
저녁이 서두른다
동향의 집은 마음이 더 급하다
어딘가에서 낙엽 쓰는 소리 어둑하다
산책하는 강아지 어리둥절하다
발끝에 차이는 가을들
어찌할 줄 모른다
4
다 떠나고
빈 벽에 붙들린 단풍 한 닢 목마르다
쉴 곳 없는 바람이 지나가고
계절은 모조리 꼬챙이
색깔들은 어디로 갔는가
먼 산 늑골이 깊다
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