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충만한 힘 /파블로 네루다

취몽인 2020. 12. 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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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힘


나는 쓴다 밝은 햇빛 속에서, 사람들 넘치는 거리에서,
만조 때, 내가 노래할 수 있는 곳에서;
제멋대로인 밤이 나를 억누르지만,
허나 그것의 방해로 나는 공간을 되찾고,
오래가는 그늘들을 모은다

밤의 검은 작물은 자란다
내 눈이 평야를 측량하는 동안,
그리하여, 태양으로만, 나는 열쇠들을 벼린다
불충분한 빛 속에서는 자물쇠를 찾으며
바다로 가는 부숴진 문들을 열어놓는다
찬장을 거품으로 채울 때까지

나는 가고 돌아오는데 지치는 법이 없고.
돌 모양의 죽음은 나를 막지 못하며,
존재에도 비존재에도 싫증나지 않는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내 모든 광물성의 의무를 어디에서 물려받았을까-
아버지나 어머니일까 아니면 산들일까,

생명줄들이 불타는 바다로부터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계속 가니까 나는 가고 또 간다는 것
또 내가 노래를 하고 또 하니까 나는 노래한다는 걸

두 개의 수로 사이에서 그러듯
내가 눈을 감고 비틀거릴 때
일어난 일을 설명할 길이 없다 -
한쪽은 죽음으로 향하는 그 支脈 속에서 나를 들어올리고
다른 쪽은 내가 노래하기 위해 노래한다

그리하여 나는 비존재로부터 만들어지고,
바다가 짜고 흰 물마루의 파도로
암초를 연타하고
썰물 때 돌들을 다시 끌고 가듯이
나를 둘러싼 죽음으로 된 것이
내 속에서 삶을 향한 창을 열며,
그리고, 존재의 경련 속에서, 나는 잠든다.
낮의 환한 빛 속에서, 나는 그늘 속을 걷는다.

-파블로 네루다 <충만한 힘> 정현종 옮김.
2007.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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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천천히 읽을 때만 진정한 제 속을 보여주고
손으로 베껴쓰며 다시 읽을 때면 가끔
내 손을 잡아 제 가슴에 얹기도 한다.

詩는,
무엇보다
잘 읽는 일이 잘 쓰는 일을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