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검은 시의 목록 / 안도현 엮음

취몽인 2020. 12. 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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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퍼센트를 위하여


모나리자의 얼굴에 나타난 행복감은 83퍼센트
혐오감은 9퍼센트
두려움은 6퍼센ㅌ
분노는 2퍼센트

전문가들은
모나리자가 오묘하고 행복한 미소를 띠는 것은
행복감만이 아니라
혐오감과 두려움과 분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2퍼센트에 기운다

혐오감을 간식으로 먹어 치우거나
두려움을 강물에 흘려보내거나
행복감을 관념으로 찬양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는 바람 부는 날을 일기로 쓰는 것을 넘으려고
현재진행형으로 투표하는 것을 넘으려고
광장으로 간다

많은 것을 배우고도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으려고
나의 절감분을 찾으려는 것이다

돌멩이 같은 분노를 집어던져
울타리에 갇힌 나의 행복을 깨우려는 것이다

-맹문재 / 검은 시의 목록 / 2017. 걷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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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관리되던 시절이 있었다. 있었다, 라고 과거형으로 말하긴 너무도 가까운 시절이다. 그때 그 검은 명단에 든 시인들중 99명의 시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슬프고 회나지만 한편 희망을 느끼기도 하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