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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며
오늘 아침 수도꼭지에서 터져나와
물구나무 서서 대야 속으로
온몸으로 쏟아져내리는
물방울들이 맑다
밤새도록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는가
금강으로부터 왔으리라
거기 아직도 사람이 사는지
거기 아직도 붉은 꽃들이 피는지 안 피는지
씩씩한 물아
지금은 누구의 밥을 위해
어느 냄비 속에서 몸을 또 바치는가
닌의 곤한 삶이 물을 더럽힌다
가엾은 물 내가 쏟아 버린다
그래 험한 날들이 거듭거듭 닥쳐오리라
-안도현 1997.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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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첫 시집.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실렸다. 나보다 일 년 선배. 고등학교 시절부터 잘나가던 시인.^^ 부러운 사람이었는데, 그때는 이 시인도 혈기가 넘쳤구나. 지금하고는 목소리가 영판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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