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리얼리스트 김수영 / 황규관

취몽인 2021. 1.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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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인 황규관시인으로부터 싸게(?) 얻은 '리얼리스트 김수영'을 며칠에 나눠 읽었다. 오래 동안 시인들의 시인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퀭한 눈의 김수영의 시들은 나 또한 자주 읽었지만 시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삶의 궤적을 따라 그의 시들을 살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신화가 된 시인의 실재적 면모와 시를 추적, 분석하는 황시인의 김수영 사랑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병든 자로부터의 도피'. '그림자 없는 詩' 같은 김수영에 대한 규정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서 들리는 무한한 전진의 정신으로서의 해석은 기존에 내가 김수영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잘난척, 냉소, 난해, 투쟁 등의 이미지들이 편협한 인식이었음을 깨우쳐줬다.

김수영을 역사적으로 읽어준 책이란 점에서도 앞으로 김수영 시를 다시 읽을 때 좀 더 나은 눈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황시인의 시선이 내 눈에 겹쳐 본연의 시, 나만이 읽을 수 있는 김수영은 어쩌면 이제 멀어졌을지 모른다는 우려는 남는다.

어쨌든 김수영은 죽어서도 행복하게 살아있는 시인이다. 자기를 이렇게 오래,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 황규관. 한티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