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숨어사는 즐거움 / 허균

취몽인 2021. 1.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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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란 성미에 맞으면 되니
두보의 고음 苦吟*이 우습고
술이란 마음을 화평하고 즐겁게 하자는 것이니
도연명의 기나친 기주 嗜酒도 싫어한다.
만약 詩로서 질투하고 이름을 다투면
어찌 성미에 맞는다 하겠으며,
만약 술로써 미치고 욕질하면
어찌 마음을 화평하고 즐겁게 한다 하겠는가.
- 소창정기

* 苦吟 : 시를 잘 짓기 위해 이리저리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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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화장실에 두고서. 시대의 아웃사이더 허균이 중국 아웃사이더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글들을 모아 스스로를 위로하는 책이다.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이기도 한데 그 또한 아웃사이더 아니던가? 그리고 지금의 나도 완벽한 아웃사이더이니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책의 내용은 이제는 흔한 은거의 삶에 대한 찬양 일색이니 그저 가난한 마음이나 위로하는 용도에 좋고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나 스스로의 '홀로 있음'에 대한 것이었다.

최근 몇 달 팔자에 없는 '홀로 있음'이 좀 더 늙어서 돌아볼 때 청춘시절 못지 않은 호시절로 생각될 지도 모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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