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눈물이라는 뼈 / 김소연

취몽인 2021. 2. 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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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꽃들이 지는 것은
안 보는 편이 좋다
궁둥이에 꽃가루를 묻힌
나비들의 노고가 다했으므로
외로운 것이 나비임을
알 필요는 없으므로

하늘에서 비가 오면
돌들도 운다
꽃잎이 진다고
시끄럽게 운다

대화는 잊는 편이 좋다
대화의 너머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외롭다고 발화할 때
그 말이 어디서 발성되는 지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는 모른다
계절 너머에서 준비 중인
폭풍의 위험수치생성값을
모르니까 쓴다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므로

-김소연. 문학과지성 시인선 36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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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며칠 여성 시인들의 시를 읽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내게 책 읽기는 늘 한 권이 또 다른 두 세권을 권하는 경향이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얼마전 읽은 김선우시인도 그랬지만 김소연시인의 감성은 남다르다. 김선우의 시에 고운 뼈가 있었다면 김소연의 시는 뼈마디에 고운 시선이 있다. 주변을, 사물을, 사람을, 상황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 그리고 그것을 해석하는 언어들, 문장들.. 모름지기 시적 언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몇몇 남성 시인들의 무심한 듯한 서정과는 다른, 사물의 마음을 읽고 그려내는 섬세함이 부럽다. 오래, 제대로 공부하면 이런 시를 쓸 수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이들에게 좋은 시 선생이라니 그럴 자격이 충분하겠다 싶다. 그리고 이런 선생에게서 시를 배우는 그들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선 먼 길. 그저 부러워할뿐. 나는 풀풀 먼지나는 골목길이나 걸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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