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나머지 이별 준비

취몽인 2021. 2. 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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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이별 준비

연휴니까..
시간을 맞춰 가족들 함께 어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벌써 5개월이 지났네요. 그야말로 남는 건 지난 시간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방 한뼘 크기의 아파트 같은 봉안당 높은 곳에서 내려보는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고 남은 식구들도 아무 말 없이 한참 올려보다 왔습니다.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싶었습니다.

나와 동생, 내 딸들의 근원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한 줌 기억으로만 남은 어머니. 요 며칠 꿈에 자주 나타나셨습니다. 맏이의 궁리를 알아채신 탓이라 생각하는데 가타부타 말씀은 않으시고 그저 생전처럼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하셨습니다.

곧 봄이 오면 먼 곳에 오래 혼자 누워 계신 아버지 산소를 활짝 열어 뜨겁게 화장하고 어머니와 함께 가까운 바다에 뿌려드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수목장 생각도 했지만 좀 더 마음대로 가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렇게 할까 싶습니다. 두 분이 좋아하실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나중에 내가 죽어 똑같은 파도에 실려 출렁이다 부딛치다 어느 여울가에서 뵙게 될 때 여쭤볼 도리밖에 없습니다.

떠난 존재를 이곳에서 기린다고 흔적을 붙들어 두는 게 그리 좋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완벽히 떠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합니다.

내 뒤에 남을 내 아이들에게도 그 없는 길을 남겨주고 싶기도 하구요.

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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