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 신경림 엮음

취몽인 2021. 2. 1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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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봄날 / 허영자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 잎뿐이랴

창궐하는 역병
죄에서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 난다
긴 봄날엔.....

숨어 사는
섧은 정부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쳐다본다
긴 봄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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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이 묶은 한국 현대시 100편.
처음 읽는 시가 몇 편인지 세어본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왜 신경림시인이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동국대 영문과를 나오고 동국대 석좌교수를 하신 분인데.. 마냥 시인이 소백산과 남한강 어드메쯤에서 농사나 짓고 살며 시를 썼으리라 생각했을까? '새재'나 '농무' 같은 시집들 때문일까? 그 속에 담긴 농투성이 무지랭이들을 시인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철저히 화자의 시선에 사로잡혀 그 뒤에 선 시인을 오해한 것이겠지. 훌륭한 시인은 그런 것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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