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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집 한 채 / 김명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면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이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 들어
함께 불 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 넣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너머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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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서정시의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망까지를 대표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개괄해보는 책.
나온지 20년이 다됐지만 아직도 유효하게 서정시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 좋은 책이라 생각. 물론 인용, 겅토된 詩들이 있어 가능했지만.
책 속에 있는 詩중 내 기준에서 최고는 역시 김명인의 '너와집 한 채' . 내가 제일 좋아하는 詩라 말할 수 있다.
- 최동호 외. 청동거울.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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