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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간다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기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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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또 샀을 땐 다시 잘 읽어보란 뜻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읽었다. 세 번째 읽었지만 여전히 좋으니 그 뜻이 바른 것이 틀림없다. 시집 한권을 읽으면 내 나름 제일 좋앗던 시 한 편을 옮겨 놓고 있다. 세 번 읽은 이 책에서 이번에 고른 시는 이전 두 번 읽었을 때 고른 시와 다르다. 시란 그런 것인가보다 생각한다. 밖에는 비가 오고 떠난 허수경 시인의 목소리가 귀에 특별히 젖어온 탓도 있으리라
20여년 전에 나온 시집이니 엮은 안도현시인도 마흔 초반 정도 나이였을 것이다. 시집의 맨 앞은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 이다. 내가 암송하는 몇 안되는 시이다. 그만큼 좋아하는.. 마지막은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이다. 그 또한 몹시 좋아하는..
총 다섯 부로 나뉘어진 책의 마직막 부는 '내가 사랑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다. 젊은 시인들의 면면은, 김선우, 나희덕, 박형준, 이대흠, 이윤학, 장석남, 최영미,함민복 등이다. 지금은 모두들 우리 시의 한 자리를 든든히 차지하고 있는 시인들. 20년 전엔 젊은 시인들이었구나. ㅎㅎ. 얼추 50대 중후반의 시인들이니 그 시절엔 30대 중 후반이었겠지. 젊은 시인의 기준이 당시엔 좀 높았구나싶다.
서가에 다 읽은 똑같은 두권을 꽂는다. 그런 시집이 몇 권 있다. 황지우, 프랑소와즈 사강 ... 한 권은 누굴 줄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냥 두기로 한다. 곱으로 읽으란뜻이라 여긴다. 아니면 제대로 다시 읽으란 완고한 권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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